북스피어 김홍민 대표 "독서 외 또다른 재미 선사해야 출판계가 삽니다"

입력 2017-08-02 18:47  

문화예술 패스파인더 (3)

책 표지 감추고도 2만권 판매, 동네서점 소개한 서울도서전 기획
한강유람선서 유명작가 밤샘 토크…유쾌한 출판이벤트에 독자 환호



[ 심성미 기자 ]
“일단 재밌어야 합니다. 아주 많이요. 책을 낼 때도, 출판 이벤트를 할 때도 가장 중요한 기준이에요.”

이렇게 솔직한 사람이 있을까. 출판 시장은 ‘고급문화’를 다루고 유통한다는 자부심이 있는 곳 중 하나다. 문학출판계는 더 그렇다. 그런 ‘동네’에서 ‘재미’를 외치는 사람.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 얘기다.

중학생 시절 중국 작가 진융(金庸)의 18권짜리 무협지 《영웅문》시리즈를 외울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는 그는 “이런 ‘마약’ 같은 책을 내가 만들어보자”는 결심으로 2005년 장르문학만 전문으로 출판하는 북스피어를 설립했다. ‘장르문학 불모지’라 회자되던 시절이다. 당시에는 장르문학을 ‘깊이 없는 장르’라며 폄훼하는 분위기가 지금보다 더 심했다.

“장르물은 쓰레기이고, 다른 문학은 덜 쓰레기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출판사 시작과 함께 국내 독점계약하다시피 한 일본의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 미야베 미유키를 예로 들었다. 미유키의 작품 중 김 대표가 처음 읽었던 추리소설 《이유》에는 일본 부동산 버블 문제와 가족 해체 현상이 압축적으로 녹아있다.

“추리소설에도 사회적 문제에 대한 통찰이 담길 수 있습니다. 거기다 무엇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재미가 있잖아요. 추리소설이나 SF소설이 가진 재미는 활자 매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입니다.”

북스피어는 지금까지 미야베 소설 50여 권을 국내에 번역 출판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책 표지를 공개하지 않고 제목과 내용을 비밀에 부친 채 판매한 이벤트 ‘개봉열독X’와 지난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등 출판계의 굵직한 이벤트를 연이어 성공시켜 화제가 됐다. ‘개봉열독X’ 이벤트를 공동기획한 세 출판사의 소설 세 권은 총 2만 권 넘게 판매됐다. 성공의 비결을 묻자 역시 ‘재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한 달만 기다리면 책 제목이 공개되니까 독자들은 어떤 책인지 알고 살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표지를 가린다’는 아주 작은 장치가 호기심을 자극한 거예요.”

참가자(20만 명)가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도서전 역시 기획 초기부터 ‘재미’에 중점을 뒀다.

“과거 국제도서전은 ‘책 떨이판매 행사’로 전락했어요. 그런데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책을 싼값에 살 수 없으니 그나마 오던 손님도 끊겼던 거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도서전에 다시 올까?’ 몇날 며칠을 고민했는데 답은 간단하더라고요. 재밌으면 오는 거예요. 유명 작가에게 직접 나에게 필요한 책을 추천받을 수 있는 코너나 필사서점, 전국 곳곳의 유명한 동네서점을 한데 모아 큐레이션한 책을 판매하는 부스를 설치했습니다.”

북스피어는 독특한 이벤트로도 유명하다. 극한 상황에서 책 읽는 모습을 담은 사진 공모전 ‘익스트림 리딩’, 독자와 함께 여행하며 추리소설의 교정을 보는 ‘낭만열차’ 등이 대표적이다. 그간의 이벤트 중 김 대표 기억에 가장 많이 남은 건 ‘원기옥 펀드’다. 만화 ‘드래곤볼’ 손오공의 필살기인 ‘원기옥’(여럿의 기를 모아 쏘는 장풍)에서 이름을 따왔다. 독자로부터 마케팅 비용을 빌리고, 판매 부수에 따라 배당금을 붙여주는 이벤트다.

“2012년엔 열흘 만에 5000만원, 2013년엔 한 달 만에 8000만원을 모았어요. 라디오 광고나 신문, 서점 광고 등에 돈을 아낌없이 사용했죠. 그 돈으로 일본에 가서 미야베 작가 인터뷰도 직접 했고요. 이벤트 참여자들에게 배당금은 못 줬지만 원금은 다 돌려줬어요.”

4~5일엔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모임인 ‘장르문학 부흥회’를 연다. 4회째인 올해엔 한강 유람선을 빌렸다. 서울 여의나루역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아라호 유람선에서 4일 밤부터 5일 새벽까지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150명의 독자들과 김탁환·장강명 소설가, 가수 요조 등이 모여 대화를 하는 행사다.

“출판계에선 스마트폰보다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계속 제시해야 합니다. ‘밤새 장강명 작가나 김탁환 작가가 하는 얘기를 듣는 게 더 재밌겠다’고 생각하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유람선을 타지 않겠어요? 책이라는 콘텐츠를 매개로 독자와 작가가 재밌게 노는 문화가 활성화됐으면 좋겠습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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